2020년 보험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설계사에게

보험은 위기와 어울린다. 산업이 미래 불확실한 위험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교통, 화재, 질병, 조기사망 등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을 대비하는 금융상품이 보험이다.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누구나 가입한 보험 상품을 찾는다.

물론 사고의 경제적 손실을 보험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사고 전 문제없는 가입이 완료되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전제하는 보험 산업이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은 위기다. 사고 후 보험금을 위해 수많은 계약자가 매달 혹은 매년 가계 소득의 상당 부분을 보험료로 지출한다.

이렇게 지출된 보험료는 한국 보험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절대적인 이유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보험 설계사가 존재했다. 가입 시점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큰 지출을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누군가 미래 위험에 대해 환기하고 이를 보험으로 대비할 것을 권할 때 계약이 체결된다.

한국 보험 산업은 양적 성장을 위해 설계사의 인적 관계를 적극 활용했다.

누군가 보험 설계사를 시작하면 그 주변의 사람들이 그 혹은 그녀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보험사는 이를 더 효율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전속 설계사에게만 설계의 독점권을 주고 중계 시장을 통제했다. 따라서 과거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험 설계사를 만나야 했던 시절이 존재했다.

이런 방식으로 성장한 한국 보험 산업에 위기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 누군가에게 겁을 줄려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의 공급자인 보험사의 상황이 심각하게 어렵다. 수수료 없이는 중개 시장은 버틸 수 없는데, 그 원천이 위기다. 2019년 상반기 발표된 각 보험사의 단기 순이익은 급격하게 하락했다.

2020년 새해를 맞이하는 보험사의 기조는 생존 경영이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
출처 : 이미지투데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극단의 방법이 계획되고 있고 실행될 것이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산업 성숙도에서 찾아야 한다.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98%가 넘고 주민번호를 받기 전인 태아 시기 이미 보험에 가입되어 세상에 나온다.

한국 보험 산업은 사람을 피보험목적으로 삼는 인(人)보험을 중심으로 성장했는데, 더 이상 가입시킬 피보험자가 없다. 여기에 심각한 고령화와 저출산이 겹쳐 유효피보험자가 축소되고 있어 장래 전망도 어둡다. 물론 IFRS17이나 사업비 개편안, 젊은 소비자의 변화 등도 위기를 가중시킨다.

빙하기 같은 추위에 가장 큰 피해 당사자는 중개 시장의 주력인 설계사다. 이미 인터넷 다이렉트는 자동차보험을 넘어 암을 포함한 질병보험과 자녀보험까지 중개할 수 있다. 인공지능 설계사도 이미 등장했다. 보험사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비용을 절감할 때 가장 손쉽게 행할 수 있는 방법은 채널의 효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쉽게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다. 과거 중개 시장을 독점하여 대체될 수 없었던 설계사의 존재는 이제 언제라도 대체될 수 있는 여러 중개 방식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채널 및 설계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개 시장이 포화되어 리모델링(re-modelling)이 신계약의 중심 방법론이 된지도 오래되었다. 결국 한국 보험 산업의 영광을 만들고 누렸던 설계사는 보험사 사업비 축소와 소비자 변화 등에 끼여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이 추위는 2020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런데 개별 설계사 입장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본인이 느끼는 추위가 외부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내부, 즉 스스로에게서 시작된 것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보험 산업 전체에 불고 있는 위기는 분명 외부적인 요인이다.

이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위기의 강도와 상관없이 신규 고객을 발굴하고 신계약을 체결하는 설계사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외적 위기 요인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무기로 스스로 시장을 발굴하고 개척한다. 다이렉트 자동차보험과 경쟁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고객 신뢰 형성을 통해 소개 고객을 발굴하는 등 위기 속에서도 대체되지 않고 자신만의 시장과 고객을 더욱 확대한다.

이와 반대로 외적 위기에 더 힘들어진 설계사가 다수다. 이들은 굳이 외적 위기가 아니라도 항상 힘든 존재다.

젊은 소비자가 점차 설계사를 만나는 것을 거부하고 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중개 방식이 소비자의 선택을 놓고 경쟁하고 있으며, 실력 있는 설계사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원래 힘들었던 설계사의 위기는 앞으로 더 가중될 것이다.

결국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한 스스로에 대한 투자를 멈추고 늘 하던 방식만을 고집하는 설계사는 과거에도 힘들었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위기의 중심에 설 것이다.

결국 2020년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본인에게 그리고 대면채널 내부에 있다. 지속적으로 신규 가망고객 발굴 활동을 하고 있는 설계사에게 물어보면 잘못된 계약이 너무 많아 이를 점검하는 것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쉽게 고아계약, 잘못된 설계 등 대면채널 내부에는 사고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계약이 넘쳐난다.

계약자가 보험료를 내는 이유는 사고 후 보험금을 위해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사고 후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되는 계약이 다수 관찰된다. 이는 개별 소비자의 피해뿐만 아니라 보험 산업 전체의 신뢰를 무너트린다. 이를 점검하고 바로 잡는 일만 제대로 해도 외부 위기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스스로 실력을 갖춰야 한다.

기존 계약을 점검하여 문제점을 찾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기본 이상의 실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 말이 특정 보험종목의 최고 전문가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계약 전·후 알릴의무가 무엇인지, 보험료 구성원리 등 기초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설계사가 생각보다 많다. 스스로 ‘약관은 어려워서 읽지 못하겠다’고 고백하는 일도 흔하다.

이런 실력으로는 생존력을 키우기는커녕 확보한 고객도 다른 설계사 또는 채널에게 빼앗기기 쉽다. 공부 등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키운 후 경쟁자보다 더 효율적이고 올바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곧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지름길이자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활동이다.

매달 기존 고객만 만나는 설계사는 결코 시장을 확대할 수 없다. 오히려 경쟁에서 밀려 고객 이탈을 경험한다. 특히 확보된 고객이 없는 신인 설계사의 경우 습관화된 활동 계획이 필요하다. 새해에는 누구나 금연, 다이어트 등 신년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런 의지는 작심삼일(作心三日)로 표현되는 나약한 의지 앞에 무릎을 꿇는다.

스스로의 의지를 믿지 말고 장기 계획 속에서 꾸준하게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활동을 실천하고 습관화할 때 위기를 이기는 기회가 생긴다. 물론 활동은 어렵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할 때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다. 누구나 어려움을 말하지만 모두 어려운 것은 아니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는 사람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남들과 다른 작은 한 가지를 실천하고 소비자를 향해 스스로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사람이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든다. 변화를 위한 결심을 대부분 실행하지 않기에 작은 움직임이 큰 결과로 이어진다.

2020년 보험 산업의 위기와 추위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개별 설계사가 스스로를 위한 기회를 만드는 일은 분명 다른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위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 변화의 시작이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사진 : 인스토리얼 김진수 대표

 

⊙ 보험저널은 금소법 위반, 작성계약, 불공정 행위 등과 관련된 제보를 받습니다.
 news@insjournal.co.kr, 1668-1345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보험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험저널의 뉴스를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