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 유가를 보면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결국 현물 인도에 대한 부담이 너무나 큰 상황이다. 원유의 재고가 이렇게 많다면, 그리고 현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이렇게 심하다면, 상당 기간 국제 유가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 할 듯하다.

국제 유가가 하락한 이유는 이제 모든 이들이 이해하는 것 같다. 원유 감산 공조의 균열이다. OPEC+ 국가들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원유 공급을 늘려온 미국, 그리고 OPEC+이외의 산유국들, 이 경우 감산을 하는 쪽만 지속적인 손해를 본다는 이슈는 감산 공조의 균열을 만들어냈다. 공조를 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혼자 독식하려고 한다면 결국 모두가 공멸하는 그런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이것이 지금의 마이너스 국제 유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국제 유가의 하락은 단순히 에너지 섹터를 뒤흔드는 문제 뿐 아니라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이머징 시장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금은 아낌없이 달러를 뿌리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어 걱정이 없어 보이지만, 그 양적완화 프로그램은 천천히 끝나가고 있다.

위쪽에서 돈을 너무 많이 뿌리니 그 돈의 일부가 이머징으로도 흘러가는데 이 돈, 즉 달러의 공급이 멈춰서게 되면 이머징으로의 자금 유입은 아마도 어려워 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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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머징은 상당히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정 및 통화 부양은 해야 하는데 문제는 자국 통화를 금리 인하를 통해 풀게 되면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달러 수요가 엄청난 상황에서, 달러가 초강세인 상황에서 어설프게 내 나라 통화를 찍어 뿌린다? 그럼 달러를 팔고 해당 국가로 들어온 투기 자금들이 화들짝 할 것이다. 달러 대비 해당 국가 통화 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작용을 할 것이다.

이 경우 빠르게 해당 국가 통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도망치게 되는 것을 자본 유출이라고 한다. 지금 이머징 국가는 경기 부양을 하자니 자본 유출이 두렵고, 자본 유출을 막자고 하니 경기 부양을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게 되면서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이머징 국가들은 더욱 어려워진다. 돈은 없어지는데 수익도 줄어들게 되고 게다가 전세계적인 저성장으로 인해 이머징의 수출 역시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정말 사면초가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에너지 시장 공조의 균열이 이머징의 불안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여전히 사시나무처럼 흔들리고 있는 이머징 환율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나 더, 국제 유가가 이렇게 크게 무너지게 되면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디플레이션이 찾아오게 되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게 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엄청나게 빠른 경기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를 사람들은 갖고 있을 텐데, 디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그런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참고로 돈을 뿌리다시피 했던 일본도 디플레이션이라는 산을 아직 넘지 못했다. 2012년 아베노믹스 시작 이후에 천문학적인 돈을 뿌렸음에도 아직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유로존도 간단히 들여다보자면,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에서 코로나 채권 발행이 부결되었다고 한다. 이 뜻은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이렇게 각국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각국이 모여서 함께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 사태 해결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독일이 이런 얘기를 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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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명의로 채권을 발행하면 그 채권은 유럽 국가들이 함께 갚는다는 의미인데, 그 돈은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이탈리아 대부분 다 쓰게 되는게 아닌가? 유럽 명의 채권 발행? 우린 반대일세” 라고 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는 유럽 연합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부터 시작해서 상당한 비난을 했었다. 어려울 때 단결이 안되는 콩가루 연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독일 입장은 이해는 되지만 2010~12년 유럽 재정 위기 당시 그림이 그대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유럽 국가들 제대로 된 공조가 되지 않아서 경기 부양에도 한 발짝 늦는 모습들… 사정이야 어찌됐던 유럽의 공조 균열은 유럽 경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불협화음은 이탈리아 국채 금리의 상승으로 나타난다. 이탈리아 10년 국채 금리가 지난 1개월 내 최고치를 찍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에 대한 얘기다. 미국에서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에게 무역 관세 납입을 유예해줬다는 뉴스가 나왔다. 단, 여기에 중국산 제품에 대해 부과하는 징벌적 관세 등은 납입 유예에서 제외되어 있다. 하나 더, 지금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누가 옳다고 하기 전에 적어도 국제 공조의 균열을 만들어 내기에는 더 없이 좋은 이벤트가 된다.

일단은 힘을 합쳐서 이 위기가 지나간 이후에 정상화 국면에서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국제 공조를 통해 성장을 되돌리는 게 더 급선무다. 이렇게 되면 금융 위기 당시 나왔던 것과 같은 선진 & 이머징 성장을 위한 경기 부양 공조가 상당히 어려울 듯하다. 성장이 없는데 돈으로 메우는 현재의 국면… 이렇게 되면 모두가 Fed 만을 바라보게 되는데 결국 Fed의 정책 하나 하나에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원유 시장의 감산 공조, 유럽 국가 간의 공조, 미중 간의 공조, 일련의 공조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꺼번에 무너져 나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의 둔화는 디플레이션이라는 악령을 깨울 수 있다. 경계감을 갖고 마켓을 지켜봐야 할 때이다.

<오건영> 신한금융그룹 신한AI 자분분석팀장
※4월 21일 금융시장에 대한 페이스북에 기고한 글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상기 내용은 참고용으로, 투자 손실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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