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2일자

전일 뉴욕 증시가 3%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도 함께 상당폭 하락한 것이 눈에 띈다. 나스닥 내부로 들어가면 조금 더 독특한 특징을 알 수 있는데 아마존, 테슬라, 넷플릭스 등 이른 바 언택트 수혜주라 볼 수 있다.

그런 주식들의 낙폭이 다른 기술주 대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기 침체의 영역에서 공조가 나오지 않으면 누구 하나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다. 다 죽어도 나 혼자 살겠다는 이기주의의 말로는 공멸로 이어진다. 모두가 나 혼자 살려고 하면 모두가 죽게 된다는 공멸의 이야기다.

마켓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성장과 금리라고 얘기한적이 있다. 여기서의 성장은 글로벌 성장을 말하며, 금리는 미국 금리다. 달러가 기축통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미국 금리를 중심으로 세팅을 했다.

다시 한번 19년 상반기부터 트래킹을 해보자. 당시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성장이 주저앉을 때 미국은 보험적 금리 인하를 통해, 즉 성장이 주저앉는 폭 이상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주식 시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지난 해 4분기 정도부터는 성장이 강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낮아진 금리에 성장이 강해지니 시장이 하늘 꼭대기까지 치솟았던 것이다. 물론 레포 시장이나 원유 시장 그리고 원유 관련 기업들의 하이일드 채권은 이미 상당히 어렵다는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깔끔하게 무시당했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의 상황은 이렇게 설명이 된다. 우선 성장은 주저앉게 되고, 성장이 주저앉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지난 해 3차례 보험적 금리 인하로 낮춰놓은 저금리 레벨로도 감당이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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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Fed는 제로 금리에 무제한 양적완화, 이외 각종 대출 프로그램까지 준비를 했다. 성장은 주저앉는데 금리가 더 빠르게 낮아지면서 주식 시장을 유동성 랠리로 밀어 올리는 그림이 4월에 나와줬다고 해석하면 되겠다.

그럼 이제 문제는 해결된 것일까. 그렇치 않다. 첫째, Fed의 밑장 빼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 얘기인 즉슨 금리를 낮추는 속도, 즉 쿠션을 더 깔아주는 속도를 줄이겠다는 의미가 된다.

"상황이 보다 좋아졌으니까"라고 답변할 수 있겠지만 성장 쪽을 잘 살펴봐야 한다. 지금 실제 성장이 나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것인지를 봐야 한다. 필자는 후자라고 보고 있다. 실업률이 역대급으로 나오고 있는 중에 성장이 나온다고 할 수는 없다.

“코로나는 금방 끝날 것이고, 대봉쇄도 곧 풀릴 것이며,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야”라는 낙관론, 즉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미래에도 지난 3월에 뿌려줬던 것처럼 엄청난 돈이 더 풀려나올 것이라는 아름다운 상상… 이 두가지가 만들어낸 것이 지난 1개월 동안의 인상깊은 상승장이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상상에 첫번째로 찬물을 끼얹은 것이 Fed의 유동성 공급 축소 소식이다. 금리 사이드에서 미래에도 이만큼 많은 돈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꺾어버렸다. 그리고 다른 한 쪽에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바로 국제 공조의 균열이다.

이전에 세가지 균열에 대해서 설명을 한 바 있다. 첫째,원유 시장에서의 균열. 둘째, 유럽 국가 사이에서의 균열. 세번째, 미중 경제 협력에서의 균열. 사실 세번째 미중 경제 협력에서의 균열은 중국의 성장을 억누르게 되면서 이머징 국가들의 환율 전쟁을 넘어 전세계 국가들의 환율 전쟁을 야기하게 된다.

잘 생각해보면 원유 시장의 균열은 2016년 2월에, 유럽의 균열은 2011년 8월에, 미중 경제 협력 균열은 2018년 12월에, 마지막으로 환율 전쟁으로 인한 타격은 2015년 8월에 익히 겪었던 바 있다. 당시 시장을 뒤흔들었던 빌런들이 한꺼번에 기어 나오는 상황이다.

원유 가격이 하락할 때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공조가 곧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해지기 시작한다. 언제나 어려울 때에는 공조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주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라진 것은 미국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의 산유국들은 완강하게 공조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 2월 이후 호구인증을 해왔던 러시아와 사우디 역시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음을 선언했다. 이렇게 되면 치킨 게임이 막장을 향해 가는 그림이 나온다. 그리고 그 막장이 바로 전일 우리가 목격했던 그 숫자다. ‘마이너스 국제 유가’ 이런 상황이 되어도 쉽사리 공조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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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들이 무너져 내리면서 이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하락했다. 경제가 좋을 때에는 산유국 한 두국가만 흔들리면 된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상황이 어려울 때에는 산유국이 흔들리게 되면 이머징 국가들 모두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세계 경제가 옛날처럼 어느 한 나라가 다른 한 나라에 수출만 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혀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가 힘들어지면 사우디 국부 펀드에서 현금 확보를 늘리려고 하고, 이렇게 되면 사우디 국부 펀드가 이머징 국가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사우디는 하락하고 한국도 하락하는 그림이 나온다.

하나의 예만 보아도 옛날처럼 사우디는 떨어지고 한국은 올라야 한다는 논리 보다는 금융 시장 전체가 동반 하락, 동반 상승을 하는 그림을 그려야 할 듯하다. 이머징 국가 통화는 싸잡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인도 루피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남아공, 터키 등의 환율도 매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을 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뚜렷하다. 이탈리아 10년 국채 금리는 2%를 넘어서면서 지난 3월의 고점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국채 시장이 흔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그것도 7500억 유로의 양적완화를 단행하고 있는데도 눌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유럽 쪽 성장 둔화 우려가 생각보다는 커 보인다.

그리고 미 의회에서 중국에 대해 이번 코로나 사태의 책임을 묻는 안건을 논의한다고 하는데, 문제가 현시점보다 잠잠해진 상황에서 진행하면 안되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금융 시장이 빠르게 개선이 되면 정책 담당자들 입장에서는 안도감 혹은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Fed는 국채 매입을 줄이게 되는 것이며, 정책 담당자들의 싸움질은 길어지게 되고, 금융 시장의 빠른 안정을 유도했던 한 축, 미국 금리 사이드에서는 금리 하락 속도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며, 다른 한 축 성장 사이드는 공조의 균열로 인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성장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점 꺾여 나가는 것이다.

금리는 하락하지 않는데 성장이 빠르게 꺾인다면 금융 시장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아직은 경계감을 풀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 오건영> 신한금융그룹 신한AI 자분분석팀장
※4월 21일 금융시장에 대한 페이스북에 기고한 글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상기 내용은 참고용으로, 투자 손실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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