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설계사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성 인정’ 아니라 ‘실업자 구제책’ 일 뿐
저소득자 해고 초래, 고용안정 훼손하는 풍선효과 우려도
사업주 재정부담만 연간 1000억원 안팎
보험사보다 설계사 수 많은 GA(보험대리점)도 재정부담 클 듯

자료 : 더좋은보험지에이연구소
자료 : 더좋은보험지에이연구소

정부가 28만명에 이르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본격화하자, 가뜩이나 떨어진 수익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보험업계는 풍선효과를 걱정하고 있다.

실업자 구제를 위한 고용보험 적용이 역(逆)으로 저소득자 해고를 초래, 고용안정을 훼손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용보험은 직장을 잃은 근로자에게 실업 보험금을 주고, 직업 훈련 등을 위한 장려금을 기업에 지원하는 제도다.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보험설계사도 임금근로자처럼 사업주와 보험설계사가 고용보험금을 분담하게 된다. 보험사뿐만 아니라 보험설계사의 52%수준을 차지하는 GA 역시 그 만큼 사업비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의 핵심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다. 고용노동부 장관도 11일 그 첫 단계로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예술인에 대해 우선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수고용직 종사자는 근로자와 자영업자(개인사업자)의 중간적 위치에 있다. 보험업계도 특수고용직인 보험설계사가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소득세법상에도 사업소득자로 분류되며, 보험 모집에 대한 위탁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로 적용된다. 대법원 판례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조 설립은 물론, 노조 가입도 불법으로 처벌받는 대한민국 고용안전의 사각지대에 있는 상태다.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집권 첫 해인 2003년에 논의가 가장 활발했었다. 당시 노사정위원회 산하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별위원회가 꾸려지고 이들에게 노동법ㆍ근로기준법령상 근로자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이 활발히 논의됐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다만 2007년 보험설계사와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레미콘기사 등의 특수고용직종 산재보험 가입이 허용됐으며, 노동법상 지위를 대신해 경제법상 구제책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예술인까지 확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정부는 올해 안으로 관련법을 개정해 특수고용직 종사자도 당장 내년부터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바꿀 계획이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 중 우선 근로자 성격에 더 가까운 특수고용직부터 고용보험에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 적용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2017년 산재보험적용처럼 경제법상 구체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용노동부의 설명은 코로나 이후 쏟아질 실업자를 빠짐없이 구제하려는 현 정부의 사회안전망 구축책의 일환이란 것이다. 문제는 과거 논의 때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재정부담이다.

고용보험료 부담은 현재 근로자들처럼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그들이 속해 있는 기업이 나눠 낸다. 고용보험을 금노동자와 유사하게 적용될 경우 기업의 보험료 부담은 설계사 보수의 0.9%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들에게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사업주가 매년 부담해야 할 고용보험료만 1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설계사  28만3732명을 대상으로 월평균 소득 340만원을 가정하여 추정한 금액이다.

이 경우 보험사들이 지게 될 부담이 커지면서 저능률 설계사들은 일자리를 잃게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보험설계사 관련 사회보험료 및 복지비용 등이 늘어나면 저능률 설계사들에 대해 구조조정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 소득 100만원 이하 설계사들이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지난 19년 6월 보험연구원이 분석한 생명보험사의 월소득별 구성인원은 50만미만 17.9%, 50~100만 미만 9.9%, 100~200만 미만 20.2%, 200~500만 미만 32.9%, 500만 이상 17.4%으로 100만 이하 설계사 비중이 29.5%에 이른다. 또한 손해보험사의 월소득별 구성인원도 50만 미만 19.7%, 50~100만 미만 10.3%, 100~200만 미만 21.1%, 200~500만 미만 32.4%, 500만 이상 16.6%으로 200만 이하 설계사 비중은 29.9%다.

지난해말 보험설계사 인원이 28만3732명(생보사 10만9322명, 손보사 17만4410명)인 점을 감안한다면 29.5∼29.9%가 대상이 되는 셈이다. 즉, 30%의 보험설계사가 직장을 잃는 풍선효과가 나타날수도 있다.

물론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성 인정이 아니라 실업자 구제를 위한 경제정책일 뿐이라고 주장하고있지만 산재보험, 고용보험 적용을 거쳐 근로자성 인정으로 가는 과정임은 분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보험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막대한 재정부담이다.

업계 전문가는 “수익성을 기본으로 하는 보험업계는 높아지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효율 설계사의 해고와 보험료 인상 등으로 대응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조직규모가 크지 않고, 생산성이 높지 않은 중소형 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조직의 경우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에 대한 사회보험 확대가 지속될 경우 비용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전속조직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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