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의 타이밍은 베테랑 여러분의 의지와 상관없이 온다. 따라서 언제 올 지 모를 타이밍에 대비해 긴 호흡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임기를 코앞에 두고 '슬슬' 알아보겠다고 하거나, 연말 임원인사 결과를 보고 이직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한다. 이직은 그렇게 본인이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또한 급히 결정하게 되면 그만큼 불완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직준비=경력관리' 개념으로 직장생활 내내 언제든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직장생활 내내 이직준비를 하라는 건가? 의문이 들겠지만 그 내용을 보면 그리 황당하게 여길 일이 아니다. 당신이 해야 할 이직준비는 크게 3가지 정도인데 대부분 이미 하고 있고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첫 번째는 슬프게도(?) ‘현직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많은 베테랑들이 이미 경험했을 것이다. 이직 생각도 없는데 여기저기서 오라고 하는 경험을. 필자가 전화를 거는 인물 중 80%는 현직에 몰두하고 있는 베테랑들이다. 때문에 대부분은 필자의 전화를 이렇게 받는다. "저를 어떻게 알았어요? 어디 이력서 낸 적도 없고, 외부에 드러나는 사람도 아닌데.." 이미 말했듯, 우리나라는 어느 업종이든 바닥이 좁다. 당신이 외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롯이 일만해도 사람들이 다 안다. 제대로 일하는 사람인지, 운이 좋아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인지.

현직에서 성과를 내면서 근무를 하면 이런 저런 제안을 받게 될 확률이 크다. 즉 본인 손에 쥘 옵션이 많다는 것이고 그런 상황은 이직과 무관하게 일상을 대하는 마인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렇다면 갑작스런 헤드헌터의 전화에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절대 "이직에 관심 없습니다."라고 바로 끊지 마시라. 당신에게 전화를 한 헤드헌터는 당신의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언젠가 좋은 조력자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인물이다.

헤드헌터는 당신에 대한 간략한 정보 및 평판만 가지고 전화를 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다음에 적합한 포지션이 있으면 또 연락 달라는 부탁과 함께 명함 이미지를 교환하는 것이 좋다.

많은 MBA가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헤드헌터 활용법 및 헤드헌터와의 관계형성법’에 대한 강의를 제공한다. 사회에 진입하고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친분 있는 헤드헌터가 있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또, 어느 정도 호기심이 생기는 기회라면 채용사와 인터뷰를 진행해 보는 것도 권장한다. 채용결정권자가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그리고 상사가 될 사람, 또는 함께 일할 사람들과 성향이 맞을지 직접 만나 확인한 후 이직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그렇게 인터뷰를 진행해 보는 것은 추후 결정적인 순간을 대비한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관계관리’다.

“나는 같이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안 써요.” 어느 CEO의 말이다.

당신에게 좋은 기회를 제안할 사람은 헤드헌터보다 선배, 동료, 후배 혹은 비즈니스를 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카운터파트너 중 한 명일 확률이 크다. 실제로 70%이상의 이직은 그런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최근 한 임원이 퇴임 했다. 그의 탁월한 기술적 역량과 아직 젊은 나이를 감안하면 어디서든 그를 영입하는 것이 마땅할 텐데 어느 회사도 그를 영입하지 않고 있다. 그의 독불장군 같은 성향과 거친 리더십이 이유였다. 두산베어스의 두목곰 김동주의 말로가 떠오르는 상황이다. 잘 나갈 때도, 못 나갈 때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신경을 써야 한다.

퇴임 후 필자와의 관계에 공을 들이거나, 다른 헤드헌터도 소개해줄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경우, 헤드헌터는 필요하면 알아서 찾아갈 테니 그들과의 만남에 시간과 에너지 쓰지 말고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시간을 가지시라 조언한다.

예전 어느 증권사 임원이 퇴임 후 거래하던 연기금 사람들을 만나 그 동안 감사했다며 밥을 사고 다녔다고 했다. 이후 사장으로 업계에 복귀했을 때 그 연기금 사람들이 크게 도움을 주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사장으로 선임된 배경에도 그들의 커멘트가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진정성을 주고받은 관계는 쉽게 잊히지 않고 상대에게 약간의 부채감도 준다.

세 번째는 ‘자신을 드러내기’다.

임원채용의 경우 비밀리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는 대체로 헤드헌터를 통해 채용이 진행된다. 담당하는 헤드헌터가 보험업계 네트워크가 방대하고 정보가 많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심지어 미국이나 홍콩의 헤드헌터가 한국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조금은 친절하게 당신을 드러내어 둘 필요가 있다. 가장 손쉽고 품위가 손상되지 않으며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방법이 링크드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링크드인은 전세계 모든 헤드헌터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DB이다. 글로벌 기업 CEO를 비롯한 임원 선임의 경우 링크드인을 통해 해외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고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베테랑들이 이미 알고 있지만, 활발하게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직을 고려하는 것이 티가 날까 봐, 혹은 품위가 없어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간략한 정보 정도만 올려놓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한 번 검색해보시라. 대부분의 글로벌 CEO들이 상세하게 본인 프로필을 기재해 놓고 있고, 국내 대기업 임원들의 활용도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프로필을 기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키워드를 제대로 넣는 것이다. 헤드헌터들은 키워드로 검색을 하기 때문에 직무와 업종이 명확하게 드러나게 키워드를 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1촌이 많은 지인 혹은 헤드헌터들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놓아야 검색결과로 노출되기가 쉽다.

구직을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이력서 뿌리기는 싫고, 한 두 군데 서치펌에만 이력서를 제출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에만 2,000개가 넘는 서치펌이 있고 유명한 서치펌이라고 좋은 회사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필자가 대형사에 근무했을 당시 글로벌 초대형 IB에 마케팅 차 방문하였을 때, 대형사와는 거래하지 않으며 자기네 일에 전념해줄 수 있는 소형사와만 거래한다 하여 거절당한 적이 있다. 당신이 관심 있는 회사의 일을 어느 서치펌에서 수행하는지 미리 알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한 두 군데 서치펌에 이력서를 넣고 그 헤드헌터들을 만나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것은 지금 시대에 맞는 구직활동이 아니다. 링크드인에 프로필을 상세히 기재하고 지인에게 추천받은 헤드헌터에게 1촌 신청을 하면서 인사를 건내시라. 그리고 본인을 소개하고 관심있는 분야를 알려주면 된다.

얼마전 필자는 2년여 전 한 번 인사 나눈 것이 전부인 모 금융사의 대표이사에게 급히 부탁할 일이 생겨 SNS메신저 대화창에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SNS 상태 메세지를 보고 용기 내어 부탁할 수 있었고, 그는 흔쾌히 도움을 주었다. 그 대표이사의 상태메시지는 이러했다.

“베풀 수 있을 때 베풀자. 인생에서 항상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때부터 필자도 그 말을 실천하고자 늘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그는 그의 분야에서 필자의 마음속 우선순위 1번 후보이다. (실제로 역량이 탁월한 분이기도 하고!)
좋은 사람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 잘 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높다. 현업에 충실하면서 주변인들과 진정성을 나누는 좋은 사람으로 매일을 살아가자. 그것이 매일 하는 경력관리이며 이직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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