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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서류 작성 시 설계사들이 이를 대필하는 관행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왔다.  저마다의 이유는 있을 것이나, 대표적으로 ‘작성할 서류가 많아 고객이 불편을 느낀다는 점’, ‘그 사이 고객이 변심할 우려가 있다는 점’, ‘설명해도 고객이 직접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험서류 대필행위는 엄연히 보험업법이 규정한 금지행위(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한다.  또한 금융감독원도 2020년 2월경 질의회신을 통해 ‘보험계약청약서에 계약자의 자필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이를 불완전판매로 보아, 보험회사에 해당 보험계약의 취소 처리를 권고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서류 대필행위가 지속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나, 보험계약자가 후에 대필행위 부분을 지적하더라도 이를 통해 보험계약의 무효 및 취소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관련 법령에서 보험서류 대필을 보험계약의 무효 및 취소 사유로 규정하였다면, 이로 인하여 수수료를 모두 반환하여야 할 처지에 놓이는 보험설계사가 대필행위를 할 가능성은 극히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2021년 3월 25일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소비자보호법’이라고 함)은 위와 같은 대필 문제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제1조에서부터 금융소비자의 권익 증진은 물론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목적을 천명하고 있고, 제7조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기본적 권리까지도 규정하고 있다.  특히 동법 제13조에서는 영업행위 준수사항에 관한 규정 해석·적용에 있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여, 규정의 해석·적용에 있어서까지 금융소비자를 우선하여야 함을 언급하고 있다.

즉,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영업행위 준수사항인 적합성원칙(제17조), 적정성원칙(제18조), 설명의무(제19조), 불공정영업행위의 금지(제20조) 등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문제는 위와 같은 영업행위 준수사항에 ‘금융소비자로부터 서명, 기명날인 등을 통해 확인받아야 함’이 명시되어 있는데, 설계사의 대필로 서명, 기명날인 등이 이루어진다면 법률이 규정한 위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이전에는 대필행위가 있더라도 이는 보험계약의 무효 및 취소를 다투는 과정에서 설계사의 설명의무 위반 근거로서 언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설계사의 대필행위 자체를 언급하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규정한 영업행위 준수 사항을 위반한 것이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법원은 단순히 설계사의 대필행위가 있었다고 하여 무조건 위 영업행위 준수사항을 어긴 것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대필이 이루어진 정도, 대필이 이루어진 경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함께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 제13조에 따라 영업행위 준수사항에 관한 규정의 해석·적용은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기에, 법원은 보험계약자가 설계사의 대필을 언급하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제2절에 기재된 각 영업행위 준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쉽게 배척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설계사는 앞으로 보험 청약과정에서 날짜, 기본정보와 같이 대필하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부분을 제외하고, 대필 자체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혹시라도 보험계약자가 여러 가지 사유로서 대필을 요구하거나, 불가피하게 대필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면, 설계사는 대필 사실에 관하여 별도 확인서를 작성하거나, 이에 대한 동의를 객관적 증거로써 남겨야 할 것이다.

김기훈 변호사 / 법무법인 덕수 보험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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