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상 순자산 적정 기업가치로 볼 수 없어
IFRS 17도입 후 가격 하락 여력 더 높아
합리적인 가격 기준 필요

곧 바뀔 회계제도로 보험업계가 비상이다. 현재의 회계제도(IFRS 4)가 오는 22년이면 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바뀐다.

변경되는 부분의 핵심은 그 동안 원가로 쌓았던 부채를 시가로 쌓는 부분이다.

지금 제도는 외국인 투자자 관점인 국제회계제도(IFRS 17)와 신지급여력기준(K-ICS)을 미시행한 것으로 준비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않고 있다.

IFRS17이 시행되면 적립이 부족했던 책임준비금을 증액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이 대폭 하락할 수밖에 없어 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권 발행 방법으로 추가 자본을 확보하는 이유가 여기있다.

보험연구원 조사자료에 의하면 생명보험사 총부채 중 후순위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0.12%에서 2019년 상반기 0.37%로 3배 이상 확대되고 있고, 2018년 말 12개 생명보험회사의 자본성 증권 평균 발행금리는 4.58%인데 비해 운용자산이익률은 3.42%로 1.16%p의 금리 역마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DB생명 등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는 일찌감치 추가 자본확충 부담을 느끼고 매각을 통한 기업의 영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매각이 쉬운 상황만은 아니다. 과거 생명보험사 高 성장시대였던 때와 달리 현재는 저금리와 회계제도 변화시점과 맞물려 가치가 하락해 사겠다는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인수 후 막대한 추가 소요 자본금액이 매수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회사를 인수하려는 투자자는 장부상 순자산보다 시장가치 순자산이 클 때 인수에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 5%가 넘는 고금리 확정형 상품 판매 계약을 40% 이상 보유한 생명보험사는 이 부문이 매우 취약하다.

단기적으로 사업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일시적으로 순이익이 개선된 것을 두고 실질 시장순자산가치가 개선된 것처럼 착시가 나타날 수 있지만 실질 순자산 가치는 변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최근 KDB생명 등 일부 생명보험사의 매각 불발도 근원은 이런 착시에서 유발된 협상가격의 격차가 이유일 것이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을 보통주로 나눈 지표를 PBR (Price to Book Ratio,주가장부가치비율) 라고 부르고 기업가치를 평가하는데 주로쓰인다. 여기서 순자산은 장부상 순자산이 아니라 시장가치를 반영한 조정 순자산이다.

장부상 순자산은 회계수치일 뿐이고 시가총액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시장가치 순자산 평가가 잘못되면 인수 후 투자 요구자본이 사업확장, 체질개선 등 신사업 투자 외에 매도자가 부담할 기존 보유계약를 위한 추가자본까지 부담해야 하는 우(遇) 를 범할 수 있다.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추가 자본확충이 많이 필요한 인수기업이나, 매각을 염두하고 있는 보험사는 냉정한 고민과 가격 절충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3년여 전인 16년 4월 알리안츠생명이 불과 300만유로(한화 약 35억원)금액으로 안방보험그룹에게 매각되었다.

이는 보험사업은 규모가 아닌 가치(수익성과 안전성)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사례였다. 당시 알리안츠생명는 자산총계 16조 6510억원, 부채총계 15조 6567억원, 자본총계 9943억원, 영업이익률 -3.9%, ROA -0.5%, ROE -8.8%, RBC 183.6%였다.

알리안츠생명이 헐값에 매각된 이유는 실질 시장 순자산 가치가 거의 없었던 점이 결정적이었다.

알리안츠생명은 과거 9~10%대 고금리 생명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했으며, 20년 전에 고금리로 판매했던 보험이 만기시점인 현재 금리가 급격히 낮아졌으니 이익은 기대할 수 없었다.

여기에 더해 당시 독일계 한국 지사였던 알리안츠생명은 한국에서 국내의 IFRS적용을 받아 부채가 커지면 모회사 지급여력(RBC) 까지 영향을 받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 알리안츠 본사가 겪었던 국제회계제도(IFRS 17)와 신지급여력기준(K-ICS)의 부담을 이제 국내 생명보험사가 직면하게 됐다.

하지만 반대로 국제회계제도(IFRS 17)와 신지급여력기준(K-ICS) 관점에서 기업의 순자산가치가 양호해 영업권까지 인정받은 매각사례가 있다. 오렌지생명 사례다. 이는 규모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을 많이 판매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지주가 오렌지생명(구 ING생명)을 인수할 때 PBR 1.1로 인수금액을 결정했고,

매수 금액은 오렌지생명 자기자본 3.6 조원에서 매각 지분율(59.1%)를 곱한 2조 1천억원과 8%의 영업권을 인정한 2조 3천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권을 인정했다는 것은, 평가결과 인수한 회사가 초과수익이 존재하거나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이는 장부상 순자산을 시중금리에 따른 시가로 조정반영하여도 시장가치 순자산이 장부상 순자산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즉 외국인 투자자 관점 회계기준인 국제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기준(K-ICS) 시행을 감안해도 평가를 충족하게 된 것이다.

몇 해 전부터 국내 보험영업환경 성장이 둔화되고, 수수료 인상 등 고비용과 저금리로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주주의 자본 부담과 연계성이 높은 보험부채평가의 시가평가 전환이 낮은 수익 상황에서 지속적 기업운영에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순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던 항목이 추가 반영되면서 국제회계제도(IFRS 17) 도입 이후에는 생명보험사 매각가격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각을 염두하고 있는 보험사라면 국제회계제도(IFRS 17) 시행 전 합당한 가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타이밍을 놓치면 자본은 더 추가해야 하고, 매매가격은 폭락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생보사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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