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담방송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보험방송 DB를 주력으로 영업해 온 GA와 소속된 설계사들이 점차 ‘기대’ 보다는 ‘포기’를 선택하는 모습이다.

보험방송에 대한 방통위와 금융위의 엇갈린 주장이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고,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생·손보협회가 진행하는 광고심의 또한 보험방송이나 영상물 재기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방송을 주력으로 하는 GA들은 현재 가망고객 발굴이 멈춘 상황이다. 그렇다고 온라인 플랫폼이나 인포모셜 광고로 전환하기에도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당장의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대체불가 보험방송 DB, 해결책도 대안도 없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홈쇼핑방송, 인포모셜 광고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선 심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스케줄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고, 단편적인 정보나 사은품을 목적으로 접촉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라 자발적으로 연락한 보험방송 DB와 달리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련된 GA나 소속 설계사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고 있다. 현 제도가 보완이나 수정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소법과 방송법이 완전히 충돌하는 현 상황에서는 개선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GA업계는 금소법에 위반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고, 방송 DB에 견주거나 비슷한 수준의 DB를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 결국 방송 DB를 이용하는 약 3~4천명 설계사들의 시장이 사라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방송, 이벤트, 인포모셜 광고 등을 통한 DB는 동기를 유도해 만든 것으로서 DB의 기대치를 채우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사실상 방송 DB를 대체하거나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법적 충돌로 협의가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지키기만을 강요하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GA와 설계사가 똘똘 뭉쳐 규제 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도 해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 사태로 영업이 위축되고 적자만 키워가는 현시점에서 마케팅을 막는 규제가 꼭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보험방송의 긍정적인 부분까지 철저히 무시됐다”

생활 밀착형 금융인 보험은 소비자의 관심이 상당히 높다. 보험은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으면서도 계속 변화하고 기능이 추가되기도 하는 등 변화무쌍하다. 때문에 설계사들 조차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어려운 보험을 소비자가 사전에 정보를 얻고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 보험방송이다. 유튜브나 SNS 홍보물은 개인 의견 비중이 높아 혼선이 있을 수 있고, 객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상담이 진행되는 최적의 창구가 보험방송인 것이다.

혹자는 보험방송을 막는 것은 보험을 가장 객관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정보의 창을 닫는 것으로서 소비자에게도 상당히 불리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보험방송을 통해 얻는 정보가 확실하고, 소비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됐기 때문에 지금의 보험방송으로 거듭나고 발전할 수 있었다. 

보험방송 초창기부터 해당 업무에 관여해 온 업계 한 관계자는 “5년여 전까지만 해도 보험방송을 통해 수집되는 한 달 DB 수량은 약 3~500개였고 이후 계속 증가해 금소법이 본격 시행되기 전까지 월 5천여개까지 DB가 수집됐었다”라며, “이런 단편적인 부분만 보더라도 그만큼 보험방송에 대한 소지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이며, 그동안 보험에 대해 궁금한 점을 해결해 줄 창고가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것으로 소비자 보호?” 심의 제도 개선돼야

현재 생·손보협회의 광고심의 과정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심의의 목표는 잘못되거나 과도한 문구로 소비자들이 오해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요소를 걸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영상 내 문구나 내레이션 연결이 부자연스러운 점을 지적하거나, 따옴표와 마침표를 놓고 지적하기도 하고 약관을 더빙하라고 했다가 다시 색을 입히라고 하는 등 심의 기준이 잘못돼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소비자가 이러한 부분에 현혹되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한 주에 한 번 열리는 심의위원회도 GA와 설계사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간단한 수정이 있어도 다시 7일을 기다려야 하고 몇 차례 이러한 과정을 겪다 보면 마케팅 시즌을 놓치기도 한다는 것.

심의를 진행한 GA 담당자는 가을에 심의 넣은 영상물에 대한 수정이 계속되어 겨울이 되어서야 심의를 받았다며, 가을 상품을 사은품으로 노출했는데 시즌이 바뀌어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불만을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최소한 경제방송 등에서는 규제를 완화해 주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빠져나가는 설계사들…탓할 수도 없는 상황"

이러한 이유로 보험방송에 대한 기대치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보험방송을 주력으로 했던 GA 설계사들의 이동이 본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월 연말 이벤트가 종료되면 1월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이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장의 생계가 걸려있는 설계사들을 탓할 수도 없다. 보험방송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기약없는 상황이고, 버티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빠져나가는 조직을 막을 수도 없는 안타가운 상황이다. 

효율성 높은 보험방송 DB 사용이 목적이었던 이들이 적은 수수료와 사무실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현 조직에 남아있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왜 이 상황까지 왔나…보험방송 막는 게 답은 아니다”

업계 내에서는 보험방송이 이렇게까지 막힌 데에는 보험사의 자기방어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줄줄이 보험업에 진출하다 보니 이들을 견제하는 방법으로 보험 비교 서비스를 막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

또 재무상담, 보험상담 등의 방송에서 CI보험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다 보니 기존 계약이 깨지거나 GA로 조직이 이동하는 경우가 생겨 이를 막기 위해 아예 보험과 관련된 방송을 못 하게 만든 것이라는 후문도 전해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시간이 문제다.

법적으로 충돌되는 부분은 해결하면서 보험방송의 부정적인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제안을 계속하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보험방송의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고, 감독당국도 보험방송을 아예 막는 것이 부작용 해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다.

금융위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방송 규제 초기 완강 기조에서 다소 유연해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보험방송 완전 중단에 대한 부담이 없진 않았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보험방송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이 과열화돼 부작용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보험방송이 해왔던 역할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기능은 올리고 부정적인 부분은 줄이면서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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