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전문적 손해사정이나 현장조사, 의료기록 확보 등이 필요할 때 손해사정법인과 맺은 업무위탁계약에 의거 손해사정법인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기망'행위가 존재하므로 의심이 가는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례를 들면, 서울 노원구에 사는 A씨는 뇌혈관질환 진단을 받아 진단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손해사정법인에 진단 적정성에 대해 조사·확인을 요청했다.

손해사정법인은 A씨로부터 뇌혈관질환 진단이 보험계약 이후 발생한 것이라는 확인서와 진료기록열람 동의를 받았다. 이를 통해 A씨가 보험계약 전 내원했던 병원의 의료기록을 확인, 동일한 진단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보험사에는 “보험사에서 보고내용을 확인한 후 청구 보험금 지급 여부 및 계약 유지를 적의 검토 후 회신 바랍니다”라는 보고서를 송부했다. 

그러면서 손해사정법인은 보험사로부터 A씨에 대한 동시감정 승인(통보)을 받지 않고 마치 받은 것처럼 꾸몄으며, 이를 통해 상급종합 의료인으로부터 뇌혈관질환 진단을 받아 고액의 진단 보험금을 지급받는데 일조했다.

손해사정법인의 업무 범위

1. 보험회사가 위임하는 보험금 사정업무의 수행

2. 손해 발생 사실의 확인 및 원인 조사

3. 보험 목적의 현황 및 손해사정 조사 등

보험사는 자체적으로 확인에 들어갔다. 보험사 심사부서에서는 의료기록에 근거해 보험계약 전과 보험계약 후에 촬영된 MRI/MRA 영상과 진료기록부의 방사선 판독지에 기재된 내용이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는 심사결과를 회신했다.

그렇다면 사례에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위반한 ‘기망’은 무엇이며, ‘기망’을 입증하기 위해 조사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대부분 처음 조사하는 사항은 고지의무 위반일 것이다. 하지만 고지의무 위반은 판결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치료나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을 숨겼다고 해서 고지의무 위반으로 기술해서도 안될 부분이다.

즉, 계약전 알릴의무와 차후 보험금을 지급받을 사유가 발생했을 때 계약 후 알릴의무를 위반했다고 기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대법원 판결문과도 맞아떨어진다. 2017년 4월 1405판결에서 대법원은 고지의무 위반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보험사고의 우연성이라는 보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음으로는 작위에 의한 기망인지 부작위에 의한 기망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손해사정법인과 보험회사가 맺은 업무위탁 계약은 당사자들간의 문제일 뿐 외견상으로는 손해사정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 해석대로라면  업무위탁 계약을 위반해 손해사정법인이 보험사를 기망했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사무장 병원 논리와 유사한데, 사무장 병원 운영은 의료법위반이기는 하지만 치료는 의료인이 했기 때문에 편취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법에서는 이를 편취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감정에 대해 보험사가 승인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급종합병원 의료인의 감정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므로 이 점은 논외로 둬야 한다.  

이제는 가장 중요한 사항만 남았다. 즉 손해사정법인과 A씨가 보험사에 동시감정을 받는다는 일시, 장소, 의료인을 알려줬다고 한다면 보험사에서는 계약전 진단명과 영상(방사선 판독지), 보험금 청구 당시의 진단명과 영상을 동시감정 의료인에 제출해 동일성 여부 등에 대해 판단받을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보면 면책, 부책을 결정할 수 있었음에도 방해를 받음으로써 부작위에 의한 기망을 당해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음을 기재하면 된다.

결국 사건의 전체를 살펴보고 사건을 입증할 수 있는 사실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 내용인지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박철현, 한국보험범죄문제연구소 소장보험범죄조사와실무 보험범죄개론 저자
박철현, 한국보험범죄문제연구소 소장보험범죄조사와실무 보험범죄개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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