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보시책 '700% ' 넘어서…이제는 멈춰야 할 때!

‘1200%룰’ 도입 후 수수료 변별력이 떨어졌다. 특히 13회 또는 18회까지만 수수료를 지급하는 손보사의 상황이 더욱 그렇다.

수수료 총액의 변별력이 사라지자 시책이 더욱 중요한 영업 전략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손보사들은 모두 비슷해진 수수료 대신 시책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평준화되고, 다시 등장한 것이 ‘추가시책’이다.

추가시책은 말 그대로 일반적인 시책에 시책을 더 붙이는 것이다. 다만 추가시책에는 13회차 이후 지급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GA에는 붙는 조건이 또 있다. GA가 보유한 현금으로 신계약 익월에 먼저 설계사에게 지급해야 한다. 

유지율에 대한 조건도 붙는다. 13회차까지 유지가 되지 않으면 추가시책을 지급하지 않는다.

손보사로서는 ‘1200%룰’도 지키면서 유지율도 챙기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수수료와 비슷한 시책이다. 당국 역시 13회 이후 지급하는 수수료에 대해서는 통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GA는 처지가 다르다. 자금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보험사 추가시책이 진행되는 이상, 다른 GA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금 상황과 관계없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00%룰’로 이연되었던 13회차 이후 수수료와 시책비가 올해 GA에 지급되기 시작하면서 GA들은 자금압박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GA의 기대를 무색하게도 올해 추가시책이 다시 등장했다. 또다시 현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추가시책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을 일으키는 GA가 있는가 하면 사업단, 지사장에게 이자를 지급하며 시책자금을 마련하는 GA도 등장했다. 고배당 시책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는 자금을 충당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더해 시중금리를 8%까지 올리는 ‘자이언트 스탭’이 진행되면 GA의 이자 부담은 현재의 두 배 이상 오르게 된다. GA는 몇십억원에서 100억 이상의 추가시책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금압박과 부담이 커지면서 GA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시책이 많다고 해서 GA와 FP에게 나쁠 건 없다. 문제는 추가시책이 GA나 보험사 모두에게 계륵 같은 시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에 추가시책 포함 700% 시책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경쟁하는 동업 보험사들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물가상승, 환율변동 등 경제 상황은 악화되고, 상품 이슈도 희미해지는 가운데 하반기로 갈수록 시책을 통해 연간 목표 실적을 달성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손보사들이 500~600% 고율 시책 경쟁을 벌이자 금감원은 200∼300%를 넘지 못하도록 권고했다. 초년도 수수료 1200% 제한도 과도한 금전적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 상황은 이러한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GA는 ‘익월 지급’이라는 트랩에 갇혀 오히려 감당해야 하는 금전적 부담이 더 커졌다. 

700%를 넘어 연말이면 900% 시책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보험사들은 시책으로 경쟁하면서도 불만과 걱정이 늘어간다.

특정 보험사가 시책을 상향하면 경쟁보험사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총량으로 보면 1200% 규제 이전보다 비용이 더 늘어가고 있다.

현금 부자 GA들에게는 기회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현금 보유량이 많다 해도 금리 상승 광풍에 재무적 불안감을 떨치긴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까지 간다면 금융당국도 다시 수수료에 손을 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잠잠해졌던 '수수료 총량제'라는 규제의 끝판왕이 도입돼야 한다는 논리적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좋지 못한 전망이 현실화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고율 시책을 이 정도선에서 멈춰야 한다. 더불어 당국은 ‘1200%룰’ 규제에 대한 정책 목적이 현재의 결과와 부합하는지도 고민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