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힘들거나 어려운 때도 있고, 기쁨에 취하게 될 때도 있게 마련이다. 특히 온갖 유형의 고객을 만나는 우리 영업인은 삶의 다양한 모습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졸지에 직장을 잃거나 지방으로 좌천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복사 심부름이나 하던 신입사원이 훗날 팀장으로 진급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일은 삶의 현장을 온몸으로 껴안고, 느끼고 살아가는 직업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더욱더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업인으로 나의 좌우명은 ‘고객과 함께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자’ 이다. 고객과 함께 인생의 굴곡을 느끼고 아픔을 쓰다듬으며 살아가자는 뜻이다. 계약이나, 실적, 성과수당 보다 인간적인 교감이 더 중요하다.  우리도 사람인데, 어떻게 매번 잘 나가고, 잘 되기만 하나? 또 주변 사람들이 잘 나가고 잘 되는 모습만 보며 살 수도 없다.

경험상 대다수의 고객은 좋은 서비스보다, 인간적 교감을 더 중요시한다.  물론 고객을 만났을 때 상품의 장단점을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도 똑같이 인생을 고민하고, 아이 교육 문제, 노후 대책 등을 걱정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런 면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함께 하면 고객과 훨씬 개인적인 접점에서 만나게 된다. 인간적으로 마음의 벽을 허문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쉽게 통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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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신뢰를 쌓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고객과 마주 앉아 배우자 흉을 보거나, 속 썩이는 자식 이야기, 말 안 듣는 부하 직원 이야기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눠 보자. 그러다보면,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자연스레 늘어난다. 누구나 겪게 마련인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로 신뢰는 저절로 쌓인다.

몇 년 전 춘천에서 사업을 하던 분의 업체가 자연재해로 풍비박산된 일이 있었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휩쓸려갔다. 설상가상 사업에 빌려 쓴 돈 때문에 결국 집까지 압류되고 생활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 분 보험이 유지될 수 있겠나. 워낙 고액 계약의 실효로 그분은 많은 손해를 봤다. 당연히 우리 회사와의 계약은 끝이 났지만, 나와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춘천을 가게 되면 종종 만나 재기를 응원하곤 한다.

많은 영업인 들이 명절이나 기념일마다 고객에게 안부 인사, 축하 문자 메시지, 심지어 선물까지 보내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뻔뻔할지 모르지만, 한 번 보내면 중간에 멈출 수도 없고 계속 보내야 하는 데, 아니 누가 먼저 갈 지는 모르는 일 아닌가? 지킬 수 없는 약속과 행동은 하기 싫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반면 고객이 진짜로 힘들어할 때는 오히려 자주 찾아간다.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승진하지 못 했거나, 사업이나 일이 잘 안 풀리는 등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일부러 약속을 잡는다. 그냥 찾아가서 같이 밥 먹고 차 한잔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편이다.

모 대기업에 다니다가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다시 취업준비를 하는 두 명의 20대 후반 고객이 있었다. 그 해 더운 여름날 일부러 그 대학 앞까지 찾아가 불러내어 함께 삼계탕을 먹었다. 보험도 4~5개월만에 해지된 판에 서로 대화할 주제도 마땅치 않았다. 두 사람도 대기업에 다니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처지가 민망했는지, 서로 말도 없이 땀을 뚝뚝 흘리며 삼계탕만 열심히 먹었다.

나도 다음 일정이 있고, 날이 워낙 더워 차도 한 잔 나누지 못하고 헤어지면서, 힘내라고 팔 흔들며 응원만 해 주고 돌아왔다. 그 후 두 사람 모두 원하던 공기업에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고, 다시 한 번 더 만나게 되었다. 그때의 삼계탕이 큰 힘이 되었다고, 고마워하는 모습에 괜히 뿌듯했다.

보험은 부활했고, 그 친구들은 같은 직장에 다니는 직원 여러 명을 지금까지도 소개해주고 있다.

영업인이라면 고객이 힘들어 할 때일수록 찾아가야 한다. 우리는 언젠가 고객이 힘들어지거나, 사고나 사망으로 최악의 상태에 처했을 때 찾아가는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험하고 힘든 상황에 자꾸 익숙해져야 하고 기꺼이 마주해야 한다. 물론 필자 여전히 잘 안되고,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필자 : 김지율> ‘어쩌다영업인’ 저자/ Cube380대표/ iFA㈜ 사업단장/ 인카금융서비스㈜ 전략채널 상무/ MetLife 지점장/ 전 한국MDRT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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